봄빛 밥상
우수쯤 오는 빗소리는
달래빛을 닮았다.
그 파장 촉촉함에 환해지는
동 강할미꽃온 들녘 향긋한 밥상을 받아 안는 시간이다.
몇 차례 마실 오실 꽃샘추위 손님꺼정 서운치 않게
대접하려 분주한 새아씨 쑥
제 몫의 밭두렁만큼 연두초록 수를 놓고
윗방에서 아랫방으로 겨우내 몸살 하시던 팔순 어머니도
냉이국에 입맛 다실 때
쪼로롱 구르는 물방울 봄노래를 품는다.
/이승현
꽃샘추위가 몇 번 치고 가겠지만, 봄은 기어이 봄이다. 살림살이는 전혀 봄 같지 않아도 부드러워진 바람이 볕의 온기를 구석구석 들이민다. 어느 새 춘분이니 곳곳에서 봄나물 봄꽃들이 만발할 준비로 들썩거리겠다. 우수 무렵보다 한결 푸르고 향긋해진 밥상을 안고 온 들이 곧 즐거운 초대를 하리라.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는 잊었던 동요를 들려주듯 '새아씨 쑥'도 퍽이나 분주하단다. '꽃샘추위꺼정 서운치 않게 대접'할 채비라니 꽃수 한번 제대로 놓겠다.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윗방에서 아랫방으로 겨우내 몸살 하시던 팔순 어머니'의 살아난 입맛! 그렇게 보약 밥상보다 좋은 '봄빛 밥상' 눈부신 새 봄이 왔다. 이제 그를 맞아 두 손을, 온 마음을 함뿍 적셔도 좋으리라. /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