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는 참으로 아름다운 물고기인데 그 늠름한 수염과 투명한 갑옷이 일품이다. 게다가 맛까지도 좋고 값도 크지 않아서 우리네 밥상의 오랜 단골이다. 제백석(齊白石)의 새우 그림을 볼 때마다 아, 좋다…, 감상의 말이 절로 나온다. 눈으로도 아름답지만 불경스럽게도 식욕까지 건드린다.
오랜만에 올라온 밥상 변두리의 새우젓, 가만 보니 새까만 눈알들이 명징하다. 그 눈빛이 한꺼번에 옛 하루로 나를 이끈다. 지금은 사라진 '사리포구'. 새우젓이 많이 나던 고장인데 그 시절 '삶에 질려 아득히 하늘만 바라보던' '까만 두 눈'이 기억 속에서 '돋아 나오는' 것이다.
육신은 죽고, 죽어 썩어도 결코 죽지 않고 썩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사랑의 눈동자라고, 사랑은 그런 뜻이라고, 아득한 한순간이 빛난다. 하찮기 그지없는 새우젓이라는 소찬(素饌)에서 발견한 영원이 투명하다.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