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바다에서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질정(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 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 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 때 나는 섬 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박재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