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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히 홀쳐매도 이내 늘어지는
한사코 펄럭이며 우리를 이어주던
또 한생 원형의 그리움 한 번 더
나부낀다.
밖에서 안쪽까지 올올이 새긴 말씀
이만큼의 거리에서 그냥 바라보며
봄 한 때 짧은 기억을 외줄로
앉혀본다 /박희정
별나게 춥던 겨울 끝이라 봄볕이 더 반가운 나날이다. 경칩 지나며 한낮에는 볕이 한층 다사해져 개구리들이 곧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렇게 볕 좋은 날이면 빨래 널린 풍경들이 참 좋았다. 특히 온 식구 옷이 함께 펄럭이던 시골집의 빨랫줄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바람이 살랑댈 때마다 더 높다랗게 나부끼던 깨끗한 빨래들. 그 사이를 날며 새들도 한결 청결해진 노래를 부르다 가곤 했다.
'팽팽히 홀쳐매도 이내 늘어지는' 삶, 그래도 한때는 얼마나 힘차게 펄럭였던가. '한사코 펄럭이며' 가족을 이어주던 아슬한 빨랫줄은 또 얼마나 미더웠던가. 그런데 빨랫줄이 건조대로 바뀌더니 이제 건조까지 해주는 세탁기 세상이 됐다. 아직은 단독주택 옥상의 빨래들이 펄럭이지만, 바지랑대 높이 받치던 빨랫줄 풍경은 사라지는 듯싶다. 아 , '봄 한때 짧은 기억을 외줄로 앉혀' 다시 듣고 싶다. 햇살과 바람의 새들의 정갈한 읊조림을- //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