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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크고 무거운 돌 하나를 만났다.

        돌 속에서 사람을 보았다.

        돌 속에 갇힌 사람을 꺼내고 싶었다.

        끌과 정과 망치를 집어 들었다.

        돌에서 사람이 아닌 돌을 깎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손도 얼굴도 벌겋게 물들었다.

        돌은 점점 작아지는데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돌 속에 갇힌 사람을 꺼내야 했다.

        끌과 정과 망치를 놓을 수 없었다.

        아직도 돌에서 사람이 아닌 돌을 깎고 있다.

        그가 돌 깨는 소리 쟁쟁쟁 허공에 퍼진다.

        이제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홍영철

 

   어느 날 봄이 오듯 한 커다란 의문이 온다. 우리는 어디서 온 거지? 인생은 꽃인가 향기인가? '크고 무거운 돌'과 같은 의문이 오는 것이다. 그러한 의문이 없는 생(生)은 노예의 생인지 모른다.

 

   철이 든다는 말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와 시간을 안다는 말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런 의문을 타파하는 것은 얼마나 '큰일'인가. '날카로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튄다. '아픈 시간'이 흐른다. 무엇보다 힘겨운 것은 '돌이 점점 작아지는데' '자기'가 보이지 않는 것! '세속(世俗)'의 나는 돌 속의 '나'를 빨리 풀어주지 못한다. 그것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일이고, 그래서 더딘 일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 고귀한 일이기도 하다. 대(大)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제 정신의 자유를 다듬는 끌과 망치 소리가 아름답다./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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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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