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물의 이름만 알 뿐이면서 그 사물을 안다고 여긴다. 뿐인가. 사람들은 치장된 한 사람의 이름만 가지고 그의 전부라고 여기고 판단한다.
이 시는 인간이 가진 맹목성에 대하여, 사려 깊지 않음에 대하여 무서워하고 슬퍼한다. '시작'과'끝'을 말할 수 있다니. 그것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니! '있었던 일'과 '일어날 일'을 다 안다니! 난센스다. 그러니 그 어떤 '경탄'마저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이다.
함부로 사물에 손을 대서 사물의 입을 다물게 하지 말고 멀찍이 사물들이 입을 열고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는 사람, 과학자와 시인이 어디가 다르겠는가. 문득, 시심(詩心)이 없는 과학자도 노벨상을 받았을까 궁금해진다.//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