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만남

시 두레 2012. 8.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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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만남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의 호랑이들은 우유를 마신다.

우리의 매들은 걸어 다닌다.

우리의 상어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우리의 늑대들은 훤히 열려진 철책 앞에서 하품을 한다.

 

우리의 독뱀은 번개를 맞아 전율하고,

원숭이는 영감(靈感) 때문에, 공작새는 깃털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떤다.

박쥐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멀리 날아가버린 건 또 얼마나 오래전의 일이던가.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폴란드)

 

간혹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며 넌 어떻게 나에게 왔니? 우리는 어떻게 만난 거지? 연인 앞에서, 혹은 늙으신 어머니 곁에서 이러한 내면의 독백이 하염없이 이어지곤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만남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은 불화와 불통을 동반한다.

 

'너' 앞에서 우리들 내면의 호랑이는 사냥은커녕 우유를 얻어 마신다. 바다의 제왕인 상어가 물에 빠진다. 소통되지 않는 만남은 얼마나 큰 고통인가. 내가 상어일 때 '너'가 바다라면 우리들 만남은 얼마나 아름다운 화음일까?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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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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