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사랑하여요.
당신의 얼굴은 봄 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돋아온,
반달 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갯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
당신의 마음은 티 없는 숫옥(玉)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 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반지를 보석으로 아니 하고,
옥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시(詩)는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결 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 같은 바다에 피어오르는,
백합꽃 같은 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
온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여요.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