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漲(관창):물구경
朝來觀水上層臺(조래관수상층대)
아침 되어 물을 보러 누각에 올랐더니
一雨暝暝晩不開(일우명명만불개)
비는 내려 어둑어둑 늦어서도 아니 갠다.
高浪忽翻掀小島(고랑홀번흔소도)
높은 물결 덮쳐와서 작은 섬을 뒤흔들고
大聲如吼轉狂雷(대성여후전광뢰)
포효하는 물소리는 미친 우레 구르는 듯.
行人立馬愁難渡(행인입마수난도)
행인은 말 세우고 강 건너기 걱정하고
漁子移舟力未回(어자이주역미회)
어부는 배 옮기나 힘에 부쳐 고생한다.
城下兒童爭設餌(성하아동쟁설이)
성 밑으로 아이들은 앞을 다퉈 낚시하여
細鱗容易柳穿來(세린용이유천래)
작은 붕어 어렵잖게 버들가지에 꿰어 간다.
/심육(沈錥·1685~1753)
유재일 조선 영조 때 저명한 학자인 심육이 26세 때
관서 지방을 여행하다가 큰 비를 만났다. 대동강에 큰
물이 지니 누대(樓臺)에 올라 불어난 물을 구경하였다. 낚싯줄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은 것을 보면 홍수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장마 때나 태풍이 불 때면 으레 볼 수 있는 것이 물구경이었다. 범람하지만 않는다
면 장관을 연출하기에 옛날에는 그것을 '관창(觀漲)'이라 불러 여름철 풍광의 하나로 여겼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흙탕물을 보고 한편으로는 '범람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멀리 바다로 떠나는 상상도 했다. 얕게 흐르던 강물이 잔뜩 불어 거세게 흘러가는 광경은 보는 이의 혈관에도 힘차고 억센 피가 흐르게 만드는가 보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