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키

외통프리즘 2008. 7. 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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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키

1908.010204 친구. 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과 같이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떡잎이 넓고 두껍고 푸르고 싱싱했다.

 

우리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우람해서 언제나 뒷자리를 독으로 차지하고 있으면서 우리의 거동과 향배를 가만히 앉아서 다 알고 이에 대응했다. 모든 것을 한발 앞서서 파악하고 내일을 꿈꾸었다. 이에 비한다면 나는 조무래기 축으로밖에 끼이질 못했다.

 

우선, 앞에 앉았으니 뒷일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한숨 늦게 호흡했고 이 호흡도 거칠면 으레 분필 직격탄을 맞기 일 수였다. 공부하는 데는 앞자리가 좋은지 몰라도 장난치는 데는 뒤 자리가 훨씬 좋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리모양  한 눈으로 선생님의 가르치는 일까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같이 소심한 애는 앞에 앉았기에 손드는 것조차도 망서렸다. 시킬 가봐. 헌데 그놈은 다 훑어보고 아무도 손 안 들 때에 슬그머니 혼자 손들어서 똑 따먹곤 하는데 요게 속상한다. 그만큼 아는 것과 들어내는 것을 잘 조화시켰다. 친구의 이것들이 조금 조금씩 키와 덩치 외의 것으로도 벌려 나갔다. 그래서 고기로 치자면 노는 물이 다른 고기로 지금은 자랐고, 나물로 치자면 백화점에만 납품되는 확실한 나물이 된 꼴이다.

 

노는 과정에서 또 그 물과 걸맞게 색칠해지고 어울리게 놀고, 하는 몸짓도 자연스레 몸에 배서, 지금은 오히려 이를 벗기고 털어 내려 몸부림치는 것 같아서 조금은 민망하다. 나를 맞자면 자기가 놀던 물을 피해야하고 조무래기 노는 물을 찾아 숨는, 고초도 겪고 남달리 신경 써야 한다. 품위를 잃지 않는 각별한 노력 또한 경주해야한다. 이 품위유지가 건강유지와 상반되어서 나를 더욱 안쓰럽게 하는 것이다.

 

옛말처럼 '양반 죽어도 짚불은 안 쪼인다'며 허드렛일 제치고 입으로만 뇌까리니 허리가 굽고, '양반체면에 물에 빠졌다고 개헤엄'이야 칠 수 있느냐며 여덟팔자걸음으로 겨우 문턱만 넘으려하지 걸으려고도, 뛰려고도, 계단을 오르려고도 안 하니 다리가 후들후들할밖에 없는 친구는 나를 작은 한숨으로 몰아간다. 먹고 노는 물이야 달랐지만 노래 말 쫓아서 자기가 나는 고향은 '개똥밭'인 걸 어떻게 하냐 말이다.

 

잠이 들면 꿈은 '개똥밭'이요 늘 노는 물에서 아무리 씻어도 비늘 밑 색은 '개똥' 색인걸 어떻게 하냐 말이다. 나와 같이 놀아주면 개똥 칠할까 두렵지만 그래도 저 또한 개똥밭이 고향인 걸 말이다.

 

그런대로 세월이 흘러서 개똥밭 향이 오히려 좋아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즈음엔 아예 고향 향기를 슬슬 몸에 칠해보려고 이제까지 근처에 올까 피하던 그가 이제는 몸을 비비고 물갈이를 하려고 애쓰는 것이 옛날과 다르게 비치는 거동이다.

 

 

뒤 구석에 앉아서 보이지 않는 제 집 담만 높이 치고 울 넘어있는 남의 집 채송화나 분꽃이야 제집 모란을 넘볼 수 있느냐고 뻐기던 그의 옛 행적이나 우리들 채송화가 모란꽃 언저리에 가면 어쩔 것이냐며 뒤돌아보던 우리들 행적이나 그 한마당 개똥밭으로 다시 조용히 자자들 차비를 해야 할 것이 아니냐고 물으며 보채며 세 마리밖에 없는 개똥벌레 중 두 마리가 기를 쓰고 머리를 맞댄다.

 

 

노래 말 따라, ‘오늘도 잠이 든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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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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