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발

질병과건강 2009. 5. 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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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발

플랫폼에 올라선 롱다리와 S자 라인,

그리고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자신감과 설렘.

화려함을 넘어 예술에 도전하는 섹시한 구두가

신데렐라 꿈을 심으면서 여성의 로망을 부추긴다.


12㎝, 15㎝, 18㎝ …

조각품처럼 맵시 나는 킬 힐(kill hill)을 신은 채 무대 위를

활보하는 모델들의 곡예 장면은 보통 사람들도

‘나도 10㎝ 굽은 신을 수 있겠지’ 하는 용기를 북돋운다.

봄의 여심을 사로잡기는 플랫 슈즈(flat shoes)도 마찬가지다.

무용신을 닮아 신으면 공주 역의 발레리나가 된 듯한

느낌을 주는 데다 얇고 납작한 신발이라 신은 듯

안 신은 듯 여간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온도가 상승할수록 종아리를 길게 보이게 하는

뒤축 없는 샌들도 거리를 활보한다.

하지만 이 모두 발 건강을 해치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킬힐
S라인 내세우다 척추·무릎·발목 골병 들라


킬 힐은 여성의 섹시미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이힐의 기능을 극대화한 신발이다.

신는 순간 발목이 90도 가깝게 꺾이면서 종아리는 가늘게 보이고,

엉덩이는 뒤로, 가슴은 앞으로 나온다.

S자 라인이 강조되는 고혹적인 자태는 몸의 축이 휘어지면서

초래되는 셈인데 높이가 올라갈수록 강조된다.

조금만 걸어도 피로감이 몰려오고 훗날 발병의 원인이 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이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 킬 힐이 마약(중독)과 바이러스(전파)의 속성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자극적인 미와 건강은 반비례한다.

을지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킬 힐은 아킬레스건을 짧게 만들어 걸을 때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을 감소시키고, 허벅지 근육 부담을

늘려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한다.

또 S자 라인이 강조될수록 척추전만증이 심해지면서

척추·골반·무릎·발목 등에 무리가 온다.

오래 신을수록 요통과 퇴행성 관절염 위험이 높아지고

, 발바닥에도 불규칙한 압력이 실리며 족저근막염이 초래된다.

만일 킬 힐의 앞코가 뾰족한 삼각형 모양일 때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가운데로 모인 발가락에 체중의 90%가 실리면서

엄지발가락 뿌리부분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무지외반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발가락 사이에 분포된 지간신경도 두꺼워져 통증이

유발된다. 이 교수는 “여성의 10~20%가

환자인데 하루 이틀 새에 발생하진 않지만 뾰족한

킬 힐을 오래 신으면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무지외반증이 심하지 않을 땐 앞 코가 둥글고 깔창의

쿠션이 좋은 1.5~3㎝ 이하의 신발을 신어야 한다.

통증이 있다면 지간신경에 연 2회 정도 스테로이드를 주사한다

.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로 두꺼워진 신경을 제거하고,

변형된 뼈를 바로잡아야 한다.

플랫슈즈
편안해 보이지만 창 얇아 충격 흡수 못해


플랫 슈즈는 실내화를 신은 느낌을 줄 정도로 발의

부담을 줄여준 듯 보인다.

하지만 신발 본연의 기능엔 오히려 소홀하다.

우선 깔창이 얇아 바닥의 충격이 관절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퇴행성 관절염 위험이 높아진다.

뒷굽이 1.5㎝도 안 돼 체중의 70%가 앞발에 실리면서 에너지

소모도 크고 걸을 때 추진력도 없다.

똑같은 거리를 걸었을 때 적절한 높이의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피로감이 가중되는 이유다.


무용신 같은 플랫 슈즈일수록 발 양쪽을 제대로

지지해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걸음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발의

작은 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용자들은 “굽 없는 신을 신었는데 발이 더 피로하다”고 호소한다.

또 발에 상처도 쉽게 난다.

따라서 굳이 플랫 슈즈를 신고 싶은 여성이라면

평상시 발가락으로 자갈이나 공깃돌 집는 훈련

등으로 발 근육을 강화해 주는 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뒤 트인 샌들
발목 삘 확률 커 … 굽까지 높으면 최악


슬리퍼를 연상시키는 트인 샌들은 언뜻 보기엔 편해 보인다.

하지만 걸을 때 지렛대 역할을 하는 아킬레스건을 뒤에서

받쳐주는 보호장치가 없어 걸음걸이가 불안정하다.

자연히 오래 신을수록 발목을 삘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신발은 대부분 바닥에 쿠션도 없고,

밑창이 얇아 걸을 때 신발 바닥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조금만 걸어도 발이 금방 피로해지는 이유다.

굳은살이나 티눈도 잘 생긴다.

만일 모양을 위해 가는 끈으로 연결된 샌들이라면

피부와 접촉하는 부위에 마찰이 생기면서

접촉성 피부염이나 물집도 빈발한다.

이 교수는 “샌들은 발 앞쪽 끈의 두께가 적어도

발등을 덮을 정도로 3㎝ 이상 돼야 하고,

뒷부분도 2㎝ 두께의 끈으로 받쳐줘야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의학적으로 발 건강에 최악인 샌들은 삼각형 앞코에

가는 끈으로 연결된 굽 높은 뒤 트인 샌들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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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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