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맹사성의 흑기총(黑麒塚 검은 소 무덤)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해 봄날-. 대감이 집 뒤 설화산 기슭을 오르던 중
어린 동자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큰 짐승을 발견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아이들은 짐승의 눈을 찌르고
배 위에 올라 타면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짐승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꼼짝도 못했다.
평소 남의 일에 참견 않는 고불이 호통을 쳤다.
“이런 고얀 녀석들!
말 못하는 짐승을 돌보지 않고 못살게 굴어서야 되겠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혼비백산한 아이들이 줄달음치고 난 다음
고불이 가까이 가보니 검은 소가 탈진해 있었다.
얼른 집으로 가서 소죽을 쑤어다 먹이고 극진히 간호했다.
기운을 차린 검은 소가 꼬리를 치며 고불을 따라 왔다.
집에 데려와 정성껏 거두며 주인 잃은 소를 찾아 가라고
동네방네 소문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 고불은 이 소를 수족처럼 아끼며
한평생을 타고 다녔다.
세종 20년(1438) 79세로 고불이 죽자
검은 소는 사흘을 먹지 않고 울부짖다가 죽었다.
사람들이 감동하여 고불 묘 아래 묻어 주고
흑기총(黑麒塚)이라 이름했다.
지금까지도 검은 소 무덤, 흑기총은 고불 묘를
금초할 때 빼놓지 않고
벌초하여 잘 보존되고 있다/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