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인생
사람의 생명이 영원하다면 큰소리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머리를 높이 들어도 될 것입니다.
죽고 사는 것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고, 행복과 불행을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다면 큰소리친다 해도 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종이 주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큰소리쳐도 됩니다. 자기 마음대로 쉬고 싶으면 쉬고,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아무것이나 꺼내 먹을 수 있다면주인 앞에서도 당당해도 될 것입니다.
훈련병이 부대장 앞에서 단추를 풀어 놓고 비틀거리며 걸어도 괜찮다면 목에 힘을 주어도 될 것입니다. 훈련이 힘들면 그늘 밑에 가서 한잠 자고 경례를 붙이기가 싫으면 살짝 윙크 한번 해 주고, 불침번 싫으면 가까운 여관에 가서 두 발 뻗고 푹 자도 될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의지해서 영생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사람을 의지해서 재난을 막아내고, 사람을 의지해서 장래를 보장받고, 사람을 의지해서 영혼의 구원까지 얻을 수 있다면 힘써 의지해도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그럴 만한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습니다. 자신의 작은 문제 하나를 놓고도 어쩔 줄 몰라 방황하는 인생이 어찌 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길을 가다가 점치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초겨울의 매운바람을 피해보려고 남의 집 담 밑에 가마니를 한 장 깔았지만 그 모습이 불쌍하기 그지없습니다.
할아버지는 사주팔자를 봐 주고, 운수 대통을 점쳐 주고,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를 알려 주고, 어느 방향으로 이사를 가면 재산이 늘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복을 받는지, 그 비법을 알려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남은 고사하고 정작 자신의 추위하나 이길 파카 하나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조여 오는 추위를 녹일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 사먹기가 힘들어 컵라면 하나로 한 끼를 때우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양복 입은 신사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미래를 점치고 있습니다. 차림새로 봐서는 대학은 족히 나왔을 신분 같은데, 자신의 행복도 점치지도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또 자신의 앞길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도울 힘이 없는 존재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뭔가 있는 듯하지만호흡이 끊어지면 곧 흙으로 돌아갈 존재입니다.
우리를 도우실 분은 오직 천지와 바다와 그 중의 만물을 지으신 하느님 한 분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분만을 겸손히 바라보아야 합니다.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