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전문(원문) 해석
이황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안동에 도산 서원을 건립하고 후진을 양성할 때 지은 시조로서 총 12수로 되어 있습니다. 앞의 6수는 언지(言志)라고 하여 자신이 세운 도산 서원 주변의 자연 경관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읊은 것이고, 뒤의 6수는 언학(言學)이라고 하여 학문과 수양에 정진하는 태도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강호가도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황 자신의 자연 친화 사상과 함께 후학들에 대한 가르침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갈래 : 평시조, 연시조(전12수)
●성격 : 교훈적, 도학적(道學的)
●연대 : 1565년(명종 20년)
●제재 : 언지(言志) 및 언학(言學)
●주제 : 자연의 관조와 학문의 길
●구성 : 전6곡 : 언지(言志). 자연에 대한 감흥 / 후6곡 : 언학(言學). 학문 수양의 자세
●의의 :
① 한자어가 많아 생경한 감을 주지만, 강호가도(江湖歌道)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② 성리학의 대가가 지은 시조로서 시가의 출발과 발전이 유가(儒家)에 의해 이룩되었음을 보여 준다.
③ 자연과 학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엿보이며, 자신의 심경을 소박하게 노래하고 있다.
④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와 함께 조선 양대 거유(巨儒)의 시조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출전 : 진본 [청구영언], [퇴계집(退溪集)]
※ 고어를 현대어로 표기가 불가하여 하단에 있는 "뜻풀이"에 표기가 안된 부분이 있사오니 위의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6곡 제1수】
■ 뜻
- 이러타 : 이렇다고. 공명이나 시비를 떠나 살아 가는 생활을 한다고.
- 초야우생 :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 겸손의 표현)
- 천석고황 :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연에 묻혀 지내고 싶은 마음의 고질병. = 연하고질(煙霞痼疾)
(→ 핵심어)
- 므슴료 : 무엇하겠는가
■ 핵심 정리
- 제재 : 천석고항
- 주제 : 초야에 묻혀 사는 사람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
- 구성 : 초장 - 탈속(脫俗)의 생활 태도
중장 - 자연에서의 치사(致仕) 생활
종장 - 천석고황(泉石膏肓)의 자세
■ 현대어 풀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시골에 파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다고 어떠하겠는가?
하물며 자연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이 병을 고쳐서 무엇하겠는가?
【전6곡 제2수】
■ 뜻
- 연하 : 안개와 노을
- 병 : 이 작품이 작가의 만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노병(老病)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으나, 초장에서 자연을 즐기는 화자의 모습이나 앞 시조의 내용 등으로 미루어볼 때, 자연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천석고황(泉石膏肓)의 의미로 볼 수도 있다.
■ 핵심 정리
- 제재 : 자연과의 동화
- 주제 : 자연 속에 묻혀 늙어가는 도학자의 자세
■ 현대어 풀이
안개와 노을로 집을 삼고 풍월로 벗을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 가네
이러한 가운데 바라는 일은 허물이나 없고자 한다.
【전6곡 제3수】
■ 뜻
- 순풍 : 예부터 내려오는 순박한 풍속. 특히 뒷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도의나 윤리를 가리킴.
- 허다 영재 : 수많은 뛰어난 인재
■ 핵심 정리
- 제재 : 순박하고 후덕한 풍습
- 주제 : 인성의 어질고 순박함
■ 현대어 풀이
예부터 내려오는 순박하고 좋은 풍속이 죽었다 하는 말이 진실로 거짓말이로구나.
사람의 성품이 어질다 하는 말이 진실로 옳은 말이로구나.
천하에 허다한 영재를 속여서 말씀할까.
■ 감상
초장에서는 순자의 성악설을 반대하고 중장에서는 맹자의 성선설을 긍정하는 입장을 취하여, 맹자의 성선설을 지지하고 있는 작자 자신의 성리학적 입장을 뚜렷이 밟히고 있다. 아울러 세상의 많은 영재(英才)들에게 성선설이 옳음을 주장하면서 순박하고 후덕한 풍습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6곡 제4수】
■ 뜻
- 유란 : 그윽한 향기의 난초. [→‘백운’과 함께 탈속의 이미지를 드러냄]
- 재곡하니 : 골짜기에 있으니
- 듯디 죠희 : 듣기 좋구나. [→ ‘난초 향기’에 대하여 논리상 모순의 표현이다. 한시의 번역 표현에서 비롯된 까닭임. 한시 에서는 향기를 맡는다는 뜻으로 '문향(聞香)'이란 어휘를 사용함.]
- 재산하니 : 산에 가득하니
- 피미일인 : 저 아름다운 사람. 임금.
■ 핵심 정리
- 제재 : 연군
- 주제 :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연군지정)
■ 현대어 풀이
그윽한 향기의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자연이 듣기 좋구나.
흰 구름이 산봉우리에 걸려 있으니 자연이 보기가 좋구나.
이러한 가운데에서 저 한 아름다운 분(임금)을 더욱 잊지 못하는구나.
【전6곡 제5수】
■ 뜻
- 교교백구 : 현인이나 성자가 타는 새하얀 망아지 [→어진 사람]
- 떼만흔 : 많은 무리의
- 멀리 음 는고 : 멀리 마음을 두는가? 멀리 가려고만 하는가? 여기를 버리고 딴 데 뜻을 지니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지님.
■ 핵심 정리
- 제재 : 자연을 등지고 사는 현실
- 주제 : 자연에 귀의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개탄
■ 현대어 풀이
산 앞에 대(臺)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서 갈매기들은 오락가락 하는데
어찌하여 새하얀 망아지는 멀리 마음을 두는가.
■ 감상
초장과 중장에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시한 후 종장에서 먼 곳으로만 마음을 두는 세속인들을 개탄하고 있다. ‘교교백구’는 원래 현자가 타는 말인데 여기에서는 현자의 모습으로 읽어도 좋겠다. 즉 학문을 닦은 지식인들이 입신양명에만 눈이 어두워 자연의 아름다움을 등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전6곡 제6수】
■ 뜻
- 화만산 : 산에 꽃이 만발함
- 월만대 : 달빛이 대에 가득함
- 사시가흥 :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
- 어약연비 : ‘고기는 뛰고 소리개는 난다’는 말로 ‘시경’에 나오는 말. 천지조화의 오묘한 모습을 이름.
- 운영천광 : 구름 그림자와 밝은 햇빛. 만물이 천성을 얻어 조화를 이룬 상태.
■ 핵심 정리
- 제재 : 대자연의 웅대함
- 주제 : 아름다운 자연 현상의 오묘함 예찬
■ 현대어 풀이
봄바람이 부니 산에 꽃이 가득 피고, 가을밤에 달빛이 누각에 가득하구나
사계절의 흥취는 사람과 같은데
하물며 물고기가 뛰고 솔개는 날고 구름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햇빛이 온 세상에 비추는 자연의 아름 다움이야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 감상
혼탁한 현실을 벗어난 강호의 맑고 아름다운 정경과 그 흥취를 담아 내고 있다. 대자연의 웅대함에 완전히 도취된 화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어약연비’, ‘운영천광’이라는 구절을 통해서는 자연을 오묘한 이법과 조화의 경지를 지닌 것으로 파악하는 ‘자연에 대한 성리학적 관점’도 확인할 수 있다.
【후6곡 제1수】
■ 뜻
- 천운대 : 높은 대의 이름. → 화자가 위치한 공간적 배경
- 완락재 : 학문을 닦는 서재의 이름 → 화자가 위치한 공간적 배경
- 소쇄 : 산뜻하고 깨끗함
- 만권 생애 : 많은 책에 묻혀 사는 삶
- 낙사 : 즐거운 일
- 왕래풍류 : 산책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풍류
■ 핵심 정리
- 제재 : 독서의 즐거움
- 주제 : 독서하는 삶의 즐거움과 자연 산책의 흥겨움
■ 현대어 풀이
천운대를 돌아서 완락재가 맑고 깨끗한데
많은 책을 읽는 인생으로 즐거운 일이 끝이 없구나.
이 중에 오고가는 풍류를 말해 무엇할까.
■ 감상
일생을 학문의 연구에만 전념한 석학(碩學)인 작자가 평생 책을 즐기며 사는 삶의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으며, 그 여가에 자연을 산책하는 여유로운 생활 모습을 그리고 있다.
【후6곡 제2수】
■ 뜻
- 뇌정 : 우렛소리.
- 파산 : 산을 깨뜨림
- 백일 : 밝은 태양
- 중천 : 하늘 높이 뜸
- 농자 : 귀머거리
- 고자 : 눈 먼 사람
- 이목총명 : 눈도 밝고 귀도 밝음. 여기서는 학문을 닦아 도(道)를 깨달은 상태를 의미함.
- 농고 : 귀머거리와 장님
■ 핵심 정리
- 주제 :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
■ 현대어 풀이
벼락이 산을 깨쳐도 귀먹은 자는 못 듣나니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떠 있어도 장님은 보지 못 하나니
우리는 눈도 밝고 귀도 밝은 남자로서 귀먹은 자와 장님같이 되지는 않을 것이로다.
(학문을 닦아 도(道)를 깨우치며 살자).
■ 감상
‘우뢰’나 ‘태양’은 진리, 곧 도(道)를 상징하고, ‘귀머거리’와 ‘장님’은 진리를 터득하지 못한 자, 곧 속세의 일에만 연연하여 인간의 참된 도리를 망각한 자를 나타낸다. 우뢰나 태양과 같이 명명백백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귀머거리, 장님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후6곡 제3수】
■ 뜻
- 고인 : 옛 성현
- 녀던 길 : 가던 길.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
■ 핵심 정리
- 표현 : 대구법, 연쇄법
- 제재 : 녀던 길
- 주제 : 옛 성현의 도리를 본받고자 함
- 구성 : 초장 - 고인과 나
중장 - 고인이 가던 길
종장 - 학문 수양에의 다짐
■ 현대어 풀이
옛 성현도 나를 보질 못했고 나도 옛 성현을 뵙지 못했네
고인을 뵙지 못했어도 그 분들이 행하던 길이 내 앞에 있네
그 가던 길(진리의 길)이 앞에 있으니 나 또한 아니 가고 어떻게 하겠는가?
【후6곡 제4수】
■ 뜻
- 당시 : 벼슬길에 오르기 이전
- 녀든 길 : 학문 수양의 길. 성현들이 공부하던 경전
- 어듸가 다니다가 : 그 동안의 벼슬살이
- 어듸 : 어디에. [→ 벼슬길]
- 년듸 : 다른 곳에 마음 [→벼슬하고자 하는 마음]
■ 핵심 정리
- 주제 : 학문 수행에 대한 새로운 다짐
- 구성 : 초장 - 학문을 두고 벼슬하던 생활 → 과거
중장 - 벼슬을 버리고 귀향 → 현재
종장 - 학문 수행에의 결의 → 미래
■ 현대어 풀이
그 당시에 학문에 뜻을 세우고 행하던 길을 몇 해나 버려두고서
어디에 가서 다니다가 이제서야 돌아왔는가?
이제라도 돌아왔으니 다른 곳에다 마음을 두지 않으리라.
■ 감상
퇴계는 23세 때 등과하여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69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귀향(歸鄕)하였다. 젊은 시절 학문에 뜻을 두었다가 수양의 길을 버리고 벼슬을 지낸 자신을 후회하면서, 이제부터라도 학문 수양에 다시금 힘쓰리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후6곡 제5수】
■ 뜻
- 엇뎨하야 : 어찌하여
- 만고(萬古) : 오랜 세월
- 긋디 : 그치지
- 만고 상청 : 영원히 푸름 [→학문 수양에의 정진]
■ 핵심 정리
- 주제 : 학문과 수양에의 변함없는 의지
- 구성 : 초장 - 청산(靑山)의 영원성
중장 - 유수(流水)의 영원성
종장 - 만고상청(萬古常靑)할 결의
■ 현대어 풀이
청산은 어찌하여 항상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를 아니하는가?
우리도 저 물과 같이 그치지 말아서 영원히 높고 푸르게 살아가리라.
■ 감상
‘청산’과 ‘유수’라는 자연의 불변성을 제시한 후 그러한 자연을 닮아 학문과 수양에 변함없이 노력을 기울여 만고상청하는 삶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자연은 관념적 자연으로써 그 속에서 필자는 인간사의 교훈을 이끌어내고 있다.
【후6곡 제6수 - 제 12 곡】
■ 뜻
- 우부 : 어리석은 사람
- 긔 : 그것이 [→학문 수양의 길]
■ 핵심 정리
- 주제 : 끝없는 학문의 길만이 자신이 걸어야 할 길임을 알고 학자다운 태도로 연구 활동에 깊게 몰입 하는 자세
■ 현대어 풀이
어리석은 사람도 알며 실천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성인도 못 다 행하니, 그것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쉽거나 어렵거나간에 (학문 수양의 생활 속에서) 늙어가는 줄을 모르노라.
●참고 자료
1. 도산십이곡 발(跋)
이 '도산십이곡'은 이황선생이 지은 것이다. 이 시조를 지은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동방의 가곡은 대체로 음와(淫蛙)하여 족히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저 '한림별곡'과 같은 류는 문인의 구기(口氣)에서 나왔지만 긍호(矜豪)와 방탕에다 설만(褻慢)과 희압(戱狎)을 겸하여 더욱이 군자로서 숭상할 바 못 되고, 다만 근세에 이별(李瞥)이 지은 '육가(六歌)'란 것이 있어서 세상에 많이들 전(傳)한다. 오히려 저것[육가]이 이것[한림별곡]보다 나을 듯하나, 역시 그 중에는 완세 불공(玩世不恭)의 뜻이 있고 온유 돈후(溫柔敦厚)의 실(實)이 적은 것이 애석한 일이다.
▶ '한림별곡'이나 이별의 '육가'는 온유돈후의 실이 적음
이황 선생이 본디 음률을 잘 모르기는 하나, 오히려 세속적인 음악을 듣기에는 싫어하였으므로, 한가한 곳에서 병을 수양하는 나머지에 무릇 느낀 바 있으면 문득 시로써 표현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시는 옛날의 시와는 달라서 읊을 수는 있겠으나, 노래하기에는 어렵게 되었다. 이제 만일에 노래를 부른다면 반드시 이속(理俗)의 말로써 지어야 할 것이니, 이는 대체로 우리 국속(國俗)의 음절이 그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한시는 노래 부를 수 없으므로, 노래로 부르기 위해서는 우리말로 지어야 함
그러기에 내가 일찍이 이별의 노래를 대략 모방하여 '도산육곡'을 지은 것이 둘이니, 기일(其日)에는 '지(志)'를 말하였고, '기이(其二)'에는 '학(學)'을 말하였다. 아이들로 하여금 조석(朝夕)으로 이를 연습하여 노래를 부르게 하고는 궤를 비겨 듣기도 하려니와, 또한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한편 스스로 무도(舞蹈)를 한다면 거의 비린(鄙吝)을 씻고 감발(感發)하고 융통(融通)할 바 있어서, 가자(歌者)와 청자(廳者)가 서로 자익(資益)이 없지 않을 것이다.
▶ '도산십이곡'을 지으니 가자나 청자 모두 자익이 있을 것임
돌이켜 생각컨데, 나의 종적이 약간 이 세속과 맞지 않는 점이 있으므로 만일 이러한 한사(閑事)로 인하여 요단(요端)을 일으킬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또 이것이 능히 강조(腔調)와 음절에 알맞을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일 건(一件)을 써서 서협(書莢) 속에 간직하였다가, 때때로 내어 완상(玩賞)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또 다른 날 이를 읽는 자의 거취(去取)의 여하(如何)를 기다리기도 한다. 가정(嘉靖) 44년(1565) 을축년 3월 16일 이황은 쓴다.
▶'도산십이곡'을 읽는 자의 거취의 여하를 기다리기로 함
이황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전문 (원문) 해석 /작성자 Ze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