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글 두레 2010. 9. 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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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좋은 심판

어느 사냥꾼이

독수리를 잡으려 화살을 겨누고 있었건만,

그 독수리는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어딘가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독수리는 뱀을 잡아먹으려고 그 뱀을 쳐다보느라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있었다.


그런데 뱀도

마찬가지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개구리를 잡아먹으려

도무지 독수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구리도

마찬가지로 무당벌레를 잡아먹으려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노려보고 있었다.


무당벌레도

꿈쩍 않고 있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에 정신 팔려

개구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냥꾼은

이러한 먹이사슬을 보다가

슬그머니 활을 내려놓고,

갑자기 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혹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 잡아먹으려는 것은 아닌가.

사냥꾼은 볼 수 없었지만,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적 아닌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모래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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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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