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 두레 2010. 12. 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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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에도 별이 뜬다 /최범영

세상이 있어야 한다고 친

울타리안에서 허위적거리다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이 있다

총대장의 눈초리에 짓눌림

기가 막힌 심장 부둥켜 안고 떠난 이

젊은 패기 접어두고

가슴에 통증을 부여잡고 떠난 이

대궐 들어가려

관복 입으러 집에 들어갔다 쓰러진 이

내가 사는 울타리 안에선

한해에도 몇씩 하늘의 별이 된다

울타리를 떠난 사람도

이른이 못돼 별이 되었다

올해만 해도 여섯

쉴래야 쉴 수없이 몰아부치는 일 속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담배

저녁에 술 한잔 않으면 못 이루는 잠

매일 그 날까지 달리기만 해야하는 쳇바퀴

어깨 뻣뻣함만 느끼다가 나몰래 혈관이 터져

별이 되려 하는 대기자 투성이 울타리안

숨이 가쁘다

다음은 누구인가?

다음은 누구인가?

겨울에도 별이 뜬다

오늘은 그 이유를 몰라

죽은 이를 부검해봐야 한단다는데




아침이 그려놓은 겨울영상 /정 숙진

일찍 일어난 아침은

파란색 하늘을 그려놓고

채 마르지 않은 하늘

마른 잎에 떨어져

이슬로 맺혔는데

햇살로 마무리 해

영롱하게 빛부시다.

단체로 올라온

진달래 일행과 갈참나무는

실루엣을 두르고

겨울바람 가지에 걸고

한기를 느끼는데

아침안개가

바다를 드리우고

멀리 보이는 산야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놓아

그 위로 감동 한 방울

뚝 떨어진다



겨울은 영롱하게 빛나고 /정 숙진

간밤에 내려온 별

강가에 얼어

얼음 한 조각

손 바닥에 얹으니

별처럼 영롱한데 .

구름을 그리지 않은 하늘

새파랗게 얼어

찬바람이 덮는다

숲속에 앙상한 나뭇가지

제 몸 떨군 이파리

발 아래 담았는데

겨울새 한 마리

하늘 물이 들었다.

능선 따라 오르는

철쭉과 갈참나무

저 만치 앞서고

걸음은 겨울을 가른다



 

겨울 환상곡 /이은심

기어이 수성에서

흘러나온 빛인가

그리움은 제멋대로의 본성으로

여기 저기 싹을 틔운다

한 줌의 햇살만 더 있다면

선인장 꽃이라도 피울 기세이다

오, 꿈 중의 꿈

천막중의 천막이

새벽 꿈결처럼 부풀어나며

신성하고도 고귀한 영역에

한나절이나마 말뚝을 박으려고 한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났다가

아무도 모르게 지는 꽃의 숙명을

시간은 알고 있다

물을 밟으며가는 그림자의 속성을

시간은 알고 있다

기어이 수성에서

터져나오는 빛인가

기다림은 스스로 지쳐버린 까닭에

뚫고 나가는 힘이 되었다

한 줌 눈송이만 더 있다면

용담초 꽃이라도 피울 기세이다

오, 환상 중의 환상

왕국 중의 왕국

청년의 식욕처럼 자라나서

고대 문화 유적지를 파헤쳐서

왕의 눈동자 유물을 캐내려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자세로 피어났다가

아무도 모르게 지는 꽃의 숨결을

이 땅은 알고 있다

하늘을 스치며 지나가는 춤의 분깃을

이 땅은 알고 있다




 

겨울나무2 /정중화

구름과 달

하늘 가까운 곳에서

산등성 겨울나무는

세상을 바라본다

살아있음을

굳건한 뿌리로 받치고

애달픈 사연 하나쯤은

내보이기 싫은

비밀로 남겨둔 채

시름을 털어낸다

그리운 이는

새순이 돋고

꽃이 필 때면

가시던 길 되 오실까

안개 자욱한 날

바람 찬 산등성

겨울나무는

목 메인 기다림으로

계절의 바뀜을 손꼽아 재고 있다




 

겨울바람 /정 숙진

곤두박질 친 날씨

겨울 바람

길바닥에 얼고

칼을 든 바람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볼을 도려내려

머플러를 잡아 당기다가

제풀에 넘어져

도랑에 처 박힌다

까치 한 마리

꽁지가 얼은 채

맴을 돌며

능선을 오르는데,

파랗게 얼은 하늘 시리다.

묵은 낙엽

햇살이 그려 놓은 들녘에

손을 쬐고

달려드는 바람

회오리 치며 휘젓고

얼어 붙은 겨울벤치

어금니 소리 요란하고

추위에 떠는 바위

먼저 올라와

엉거주춤 자리를 펴는데,

한 모금 햇살 먹은

새 한 마리

겨울노래 춥다




 

시인과 겨울 /최범영

시시한 인생 살찌우려

시시한 인간도 시를 쓰지만

지나면 그 속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나치네

들에 피는 도둑놈가시도

사람에겐 성가시기만 하나

윗전이 보면 다 쓸데가 있다네

사람은 가고 오고 또 스쳐 가도

인연은 늘 남아 또 얽히는데

오늘은 벗님을 불러 쐬주 한잔 간절하네

술은 혼자 마시지 말아야지

혼자 마시면 독이 되고

벗님과 나눠 마시면 약이 된다네

시시한 겨울날 시시한 선술집에서

시시한 얘기로 끼득거리라

윗전이 우리를 세상에 보낸 줄이야



 

초겨울 아침 / 정유찬

왜 그리도

서러운지

바람에

잎새를 모두 바쳐

앙상한 나무

강물은 냉정하고 무심한 듯

차갑게 지나가고

모이를 찾아

이리저리

후드 덕 거리는 새들

찬 공기에

코끝이 찡 하면……

그냥

아름다워 서글펐던 것이리라

그 허전함은

아마 싸늘한 바람 탓이리라

심장이 저려오는

상실의 아픔

절대로

그건 아니라고

초겨울 아침

한적한 강가에서

나는 내게 말하고

또 말한다.

그 겨울밤 /안도현

한숨 자고

고구마 하나 깎아 먹고

한숨 자고

무 하나 더 깎아 먹고

더 먹을 게 없어지면

겨울밤은 하얗게 깊었지

                  겨울 명상 / 문정영

 

팽이발로 돌다 쓰러질 수는 없다

풀포기 하나 없는 가슴일지라도

깊게 파고들어

따스한 흙들 끌어내고 싶다

달팽이처럼 온몸을 단단하게 오그린

강둑을 지나

산으로 걸어가는 길들

어제 내가 버린 비뚤어진 생각들이

떡갈나무 잎사귀로 흔들린다.

떨어질 듯 하면서

마른 나무의 손을 붙잡고 있다

마음 속 벽에 문 하나를 걸어 놓았다

빗장이 잠겨서 잠든 사이

스스로 장작들은 불꽃을 만들고

재를 화로 가득 채운다

늦은 밤까지 문고리를 두드리던 바람이

기어이 잎사귀를 떨어 뜨렸다

겨울풍경 /이종은

 

안개 진 날이면 눈(眼)이 흐리다

달이 훔쳐간 내 반쪽 눈썹 위에

하얀 눈 내리고

그대 기다리다 얼은 가슴

미열의 햇살에 녹아 떨어지곤 했다

손바닥에 새겨두었던 낙엽은

엽서로 부쳐진지 오래였으나

그 긴 말들이 닿기도 전에 계절이 가버릴까

나의 입은 하얀 성에들로 꽉 채워져

서툰 믿음들이 나를 세우지 못하는 날이면

시린 입을 불며 강가로 나가야 했다

흔들리는 수면과 길고 지루한 억새의 몸짓을

지나치는 풍경에 가로로 짜 맞추며

목적 없이 키운 그 가로의 풍경 속에서

내가 찾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대의 소식은 연착되어 겨울은 길었고

내가 도려낸 풍경의 조각은

어느 서랍 안의 낯선 편지가 되어

해묵은 날들을 정리하는 날이면

남방을 떠나가는 기러기의

하얀 울음을 들려주곤 했다

겨울나무 /박신영

목필(木筆)로 쓴 시 한 조각

내 등에 얹혀

앓는 소리같이

기다림은

외로움보다 더 깊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받아들이지 못해 휘어진

내 하루치의 행복은

눈발로 뛰어 내리고

살아서 아픈

뿌리로 견디는 세월

끊어질 것 같은 절박함에도

찬바람 속에 맨 몸으로 서서

가지마다 현(絃)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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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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