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겨울 자락까지 그렇듯 일심으로 하늘만 바라보며
처음처럼 걸어온 발길이었습니다.
긴 장마 속에서 폭풍우 이겨내고 타는 가뭄 길에서도 물 한 모금 아끼며
고통의 산을 묵묵히 넘었습니다.
주님이 주신 고통에는 뜻이 있다.
북풍한설 옷깃으로 스미는 설움 이겨내며 더 큰 바람 아님을 감사하는 겸손이었습니다.
이웃을 위해 오색 빛 단풍 옷 차려입고 가을노래 부르며 하늘하늘 춤추다가
떠나야할 때를 알고 말없이 갈잎으로 내렸습니다.
이
웃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며 자신을 태우고 남은 자리의 내음은
십자가의 선홍빛 주님을 닮은 향기입니다.
그렇듯 말없이 길손들을 위해 가슴 바닥에 흐르던 온기마저 내어주고
차가운 겨울 들녘에 서있는 겨울나무는 예수님의 사랑을 가르치는 조용한 선교사입니다.
겨울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일심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겨울나무에게서
하느님 밭 공동체 가슴 가슴은 아름다운 베품속의 겸손과 인내를 배웁니다.
아! 아! 오묘하신 주님, 어쩌면 세상 만물 갖가지 품속에
주님의 가르침을 조용히 안겨주셨나요!"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