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작란도(不作蘭圖) (1844)]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추사의 전형적인 난화입니다. 그는 난과 대나무를 많이 그렸는 데요, 대원군도 그에게 난 그림을 배웠을 정도입니다. 특히 유배생활 중에 제주도의 한란을 많이 관찰하고, 아끼며 그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 속의 힘찬 난을 보면, 꼿꼿한 그의 기개가 보여지는 듯 합니다. 그나 저나 그림에 도장은 참 많이도 찍혀 있네요.
서예 가운데 한국 역사상 추사체만큼 경지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도 드물다. 설문조사 결과 한국의 미술사가들은 모두 추사의 작품을 ‘최고의 글씨’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불이선란도’는 詩·書·畵의 일체를 보여주며 초서, 예서, 행서 등 다양한 글씨체를 혼융해내는 것에서 그 탁월함을 능히 알 수 있는데, 서예전공자인 이동국 씨가 이를 중심으로 추사체의 미덕을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고도의 理念美를 전적으로 筆劃과 墨色으로 창설한 이로 추사(1786~1856)가 꼽히며, 그의 작품 중에서도 ‘불이선란도’는 최고 완숙미를 갖춘 작품이다. 혹자는 ‘세한도’를 앞세우기도 하지만 詩·書·畵의 혼융을 三絶로 완전히 보여준 ‘불이선란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왜냐하면 ‘불이선란도’는 추사체가 완전히 농익어 소위 碑學과 帖學의 성과가 혼융·완성되는 말년의 작품이자 서예적 추상성과 불교적 초월성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우선 작품의 구성을 보자. ‘불이선란도’는 이름 때문에 습관적으로 난초에 눈이 가게 되지만 글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뿌리의 난화를 둘러싸고 한수의 題詩와 세 종류의 跋文, 自號와 다양한 印文의 낙관이 있기 때문이다. 난을 먼저 그린 후 제발을 했는데, 순서에 유의해서 봐야 그 내용적 맥락을 제대로 알 수 있다(표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