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물신경(徇物身輕)
"재앙은 많은 탐욕보다 큰 것이 없고,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 것보다 더함이 없다. 욕심이 강하면 물질을 따르게 되니, 이를 따르면 몸은 가볍고 물질만 중하게 된다. 물질이 중하게 되면 어두움이 끝이 없어, 몸을 망치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는다. 저 물질만을 따르는 자는 족함을 알지 못해서다. 진실로 족함을 알면 마음이 편안하고, 마음이 편안하면 일이 줄어들며, 일이 줄어들면 집안의 도리가 화목해지고, 집안의 도리가 화목해지면 남들이 모두 알게 된다. 이 때문에 부유함은 족함을 아는데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禍莫大于多貪, 富莫富于知足. 欲心勝則徇物, 徇物則身輕而物重矣. 物重則 然無窮, 不喪其身不止矣. 彼徇物者, 由不知足之故也. 苟知足, 則心安, 心安則事少, 事少則家道和, 家道和則人無不知矣. 故曰富于知足)." 명나라 왕달(王達)이 '필주(筆疇)'에서 한 말이다.
부자는 재물이 이만하면 됐다 싶은 사람이다. 세상에 부자가 없는 이유다. 족함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그는 현재의 삶을 기뻐하므로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탐욕은 크기에 비례해 재앙을 부른다. 탐욕이 물질의 집착을 낳고, 그 집착으로 인해 몸을 함부로 굴리며 못 하는 일이 없게 된다. 그 결과 어리석음으로 제 몸을 잃고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현재의 삶에 만족해 마음이 편하면 딴 데 마음 둘 일이 없다.
"아! 백 년 인생은 한정이 있고, 뜻과 일은 어긋나게 마련이다. 빈손으로 태어나 죽을 때는 가져가지도 못한다. 몸이 바쁜 사람은 누리기가 쉽지 않고, 늙어 힘이 다한 자는 아쉬움을 늘 품는다. 미래를 망상하느니, 방외에다 마음을 노니는 것만 못하다. 경영하려 애쓸 바엔 차라리 글을 쓰는 것이 낫다. 마침내 결단하면 힘들고 편안함이 드러날 것이요, 애오라지 즐거움에 뜻을 부칠진대 얻고 잃음을 볼 수가 있으리라(嗟乎! 百年有涯, 志事互違. 生無帶來, 死不將去. 身忙者未易消受, 力匱者每懷歉恨. 與其妄想於未來, 孰若游心於方外. 有殫經理, 毋寧就成于筆端. 畢竟斷置, 勞逸顯矣. 聊復寄娛, 得失可見矣)." 유경종(柳慶種·1741~1784)의 '의원지(意園誌)'에 나온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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