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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지애(三年之艾)

목은(牧隱) 이색(李穡)을 찾아온 젊은이가 있었다.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글솜씨로 과거 합격이 어려운 것을 근심하며 방도를 물었다. 목은이 시 한 수를 써주었다. 앞 네 구절만 보이면 이렇다. '과거 공부 저절로 방법 있나니, 뉘 함부로 문형(文衡)이 되려 하는가? 병중에 약쑥 찾기 너무 급하고, 목마른 뒤 샘 파기는 어렵다마다(擧業自有法, 文衡誰妄干. 病中求艾急, 渴後掘泉難).' '평소에 공부를 해야지 시험에 닥쳐서 그런 걱정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나무람이다.

목은은 또 '자영(自詠)'에서 이렇게 읊었다. '근심과 병 잇달아서 어느덧 일곱 해라, 남은 목숨 여태도 이어지니 가련하다. 종신토록 약쑥을 못 구할 줄 잘 알기에, '맹자'나 읽으면서 호연지기 강구하리(憂病相仍已七年, 自憐殘喘尙綿綿. 端知不蓄終身艾, 爲讀鄒書講浩然).'

두 시 속의 쑥 얘기는 '맹자' '이루(離婁)' ()에 나온다. 맹자가 말한다. '오늘날 왕 노릇 하려는 자는 7년 묵은 병에 3년 묵은 약쑥을 구하려는 것과 같다. 진실로 미리 마련해두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얻지 못할 것이다(今之欲王者, 猶七年之病求三年之艾也. 苟爲不畜, 終身不得).' 무슨 말인가? 묵은 병을 낫게 하려면 3년 묵은 약쑥이 필요하다. 처음 아팠을 때 약쑥을 뜯어 마련해 두었더라면 3년 뒤에는 그 약쑥을 먹어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 먹을 해묵은 약쑥이 없다고, 바깥에서 3년 묵은 약쑥만 찾아다니느라 7년이 지나도록 쑥은 못 찾고 병만 깊어졌다.

장재(張載)가 말했다. '부지런히 배우지 않는 자는 바로 7년 묵은 병에 3년 묵은 쑥을 마련해두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의 배움에서 몇 년의 공부를 더하면 절로 이를 누림이 무궁하리라(學之不勤者, 正猶七年之病, 不畜三年之艾. 今之於學, 加工數年, 自是享之無窮).' 어떡하지, 어떡하지 발만 동동 구르면서 그에 맞갖은 준비는 하지 않는다. 효험 있는 해묵은 약쑥은 내가 마련해야지 남이 주는 법이 없다. 맹자는 이 말을 인정(仁政)의 비유로 썼다. 병이 중한데 약쑥이 없다. 단번에 준비 없이는 안 된다. 이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해야 할 때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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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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