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걸 때면
사랑하는 너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나는 늘 두렵다
너의 '부재중' 이 두렵고
자동응답기가 전해줄
정감 없는 목소리가
너 같지 않아서 두렵고
낯선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들을까 두렵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왠지 전화로는
내 마음을 다 이해 못할 것 같은
너에 대한 약간의 불신이 두렵고
시간이 급히 달려와서
우리의 이별을 재촉하는 듯한 서운함이
나를 슬프게 한다
먼 거리도 가까이 이어주는
고마운 선이
내게는 탁탁 끊기는
불협화음의 쓸쓸함으로 남아
떠나질 않고 있으니
나는 오늘도 네게
전화를 걸 수 없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