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분꽃

시 두레 2017. 10. 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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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분꽃
                                        
 
엄마는 해마다
분꽃 씨를 받아서
얇은 종이에 꼭꼭 싸매 두시고
더러는 흰 봉투에 몇 알씩 넣어
멀리 있는 언니들에게
선물로 보내셨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엄마는
"분꽃 씨를 뿌렸단다
머지않아 싹이 트고 꽃이 피겠지?"
하시며 분꽃처럼 환히 웃으셨다

많은 꽃이 피던 날
나는 오래오래 생각했다

고 까만 꽃씨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푸른 잎이 돋았는지?
어쩌면 그렇게 빨간 꽃 노란 꽃이
태어날 수 있었는지?

고 딱딱한 작은 씨알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운 꽃잎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는지?

나는 오래오래
분꽃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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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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