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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해마다 분꽃 씨를 받아서 얇은 종이에 꼭꼭 싸매 두시고 더러는 흰 봉투에 몇 알씩 넣어 멀리 있는 언니들에게 선물로 보내셨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엄마는 "분꽃 씨를 뿌렸단다 머지않아 싹이 트고 꽃이 피겠지?" 하시며 분꽃처럼 환히 웃으셨다 많은 꽃이 피던 날 나는 오래오래 생각했다 고 까만 꽃씨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푸른 잎이 돋았는지? 어쩌면 그렇게 빨간 꽃 노란 꽃이 태어날 수 있었는지? 고 딱딱한 작은 씨알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운 꽃잎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는지? 나는 오래오래 분꽃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