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가비의 노래
바다 어머니
흰 모래밭에 엎디어
모래처럼 부드러운 침묵 속에
그리움을 참고 참아
진주로 키우려고 했습니다
밤낮으로 파도에 밀려온
아픔의 세월 속에
이만큼 비워내고
이만큼 단단해진 제 모습을
자랑스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못다 이룬 꿈들
못다 한 말들 때문에
슬퍼하거나 애태우지 않으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
가슴속에 고요한 섬 하나 들여놓고
조금씩 기쁨의 별을 키우라고
먼 데서도 일러주시는 푸른 어머니
비어서 더욱 출렁이는 마음에
자꾸 고여 오는 넓고 깊은 사랑을
저는 어떻게 감당할까요?
이 세상 하얀 모래밭에 그 사랑을
두고두고 쏟아낼 수밖에 없는
저의 이름은 '작은 기쁨' 조가비
하늘과 바다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흰 구름' 조가비입니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