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날만 당신을
기쁜 날보다는
쓸쓸한 날만
당신을 찾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주님
살아온 날들의 부끄러움이
노오란 수세미꽃으로
마음의 벽을 타고 오르는 날
가까운 이들로부터
따돌림 받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날
사랑의 충고보다는
가시돋힌 비난의 말들로
조금은 상처를 받는 날......
제 마음은
하늘 바다에
고요한 섬으로 떠서
눈물을 흘립니다
어느 때보다도
맑고 겸허한 기도를
구름으로 피워올립니다
쓸쓸한 날이 꼭 필요함을
새롭게 알려주시는
저의 노래이신 주님......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