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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잘 키워서 고요히 맛들이면 나도 조금은 거룩해질까 큰 소리로 남에게 방해될까 두려워하며 오래 익힌 포도주빛 향기로 슬픔이 침묵할 때 나는 흰 손으로 제단에 촛불을 켜리 눈물 가운데도 나를 겸손히 일어서게 한 슬픔에게 인사하리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