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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는 오 촉 불빛
언니 집 문 앞에 와 서성이다 돌아간
해 기운 냇가에 앉아 설핏설핏 울던 꽃.
낮으론 눈길을 피해 그늘로만 숨어들고
밤으론 등불마다 화농으로 잡힌 물집
분홍 물 몸때가 되면 서러워서
더 예뻤다.
총총히 맺히는 저녁 이슬 달무리를
물소리에 흔들며 제 몸을 어루만지는
찬이슬 공방만 키우는 예쁜 꽃띠
막내이모
'이모오~'하고 부르면 눈물 먼저 오는 이모
한 번씩은 다 앓는다는 홍역이나 수두 같은
이모오,
내 입속 작은 물집 혓바늘 아린 이모
/최길하
청초한 꽃 물봉선. 여름이면 산하의 어둑한 습지를 '오 촉 불빛'처럼 밝힌다. 물 머금은 이름에 모습도 '해 기운 냇가에 앉아 설핏설핏 울던 꽃'. 수수해서 더 '예쁜 꽃띠 막내 이모'가 있다면 절묘한 은유다. '공방만 키우는' 안쓰러움을 엿봤다면 더더욱.
하마 '분홍물 몸때' 됐을까. 물봉선 피면 언니들이 떠오른다, 울 밑의 봉선화처럼. '혓바늘 아린 이모'를 거듭 부르는 것도 비슷할까. 어느 집이나 '그렁그렁한 그녀'들이 밝혀온 그늘의 시간이 있었다. 그 덕에 세상으로 나선 오빠들은 더 훤했지만!//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