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채(朴世采)가 조카 박태초(朴泰初)에게 보낸 글의 일부다. "예로부터 자기는 바르고 남은 그르다고 여기면서 만세의 공론을 이룬 적이 어찌 있었던가? 대개 저마다 자기와 같게 하려 하여 상대방은 잘못이라 하고 저만 옳다고 하니, 이 때문에 양측의 성냄과 비방이 산과 같다. 계교하기를 반드시 때를 벗겨 내서라도 흉터를 찾으려고 하여, 함께 벌거벗고 목욕하는 지경에 이르니, 이 일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自古安有自以爲正而指人爲邪, 因成萬世公論者耶? 蓋欲各使同已, 指彼爲邪, 措己爲正, 以故兩邊怒謗如山. 計必洗垢索瘢, 以至同浴裸裎之域, 未知此事稅駕於何地也.)"
글 속의 세구삭반(洗垢索瘢)은 때를 벗겨 내서라도 잘 보이지 않는 남의 흠결을 찾아내 시비한다는 의미다. 위징(魏徵)이 당태종에게 올린 글에 나온다. 그 말은 이렇다. "오늘날 형벌과 상을 내림이 다 바르지 못하다. 혹 호오(好惡)에 따라 펴거나 굽히고, 희로(喜怒)에 말미암아 경중(輕重)을 가른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법에 걸려 형벌을 받아도 불쌍하다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상관도 없는 일에서 죄를 찾는다. 좋아하는 사람은 가죽을 뚫어 터럭을 꺼내 보이고, 미워하는 사람은 때를 씻어서라도 그 흠집을 찾아내려 든다.(今之刑賞, 未必盡然. 或申屈在乎好惡, 輕重由乎喜怒. 遇喜則矜其刑于法中, 逢怒則求其罪于事外. 所好則鑽皮出其毛羽, 所惡則洗垢求其瘢痕.)"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은 당시 사림의 분파주의와 상호 비방을 근심해 올린 차자(箚子)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은 오히려 치우친 분파만 고집해서 도리로 구하지 않고 그저 이기려고만 든다. 장차 선배를 다 끌어와 때를 씻어내서라도 흠결을 찾아, 아주 작아 보이지 않는 것까지 들춰내서 서로 다투어 공격한다.(今乃猶執偏係, 不求諸道, 一向求勝. 盡將前輩, 洗垢索瘢, 抉摘微隱, 爭相攻發.)" 오도일(吳道一)도 형조참의를 사직하며 올린 상소에서, "터럭을 불어 흠집을 찾고, 때를 씻어 흉터를 구해, 술자리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까지 주워 모아 덧대어 붙여서, 한 사람이 떠들면 열 사람이 화답한다.(吹毛覓疵, 洗垢索瘢, 雖酒場微細之事, 捃摭增衍, 一唱十和.)"고 적었다. 아!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