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겻

시 두레 2017. 6. 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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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겻

                                      눈을 뜬다


                                      어디쯤이죠?

 



                                      종착역까지


                                      한겻 남았단다


 

                                      주저 없이 내려선다


                                      그래도 참 다행이야

 

                                      길 찾아


                                      더 걸어야겠지


 

                                      어둡지 않아

                                     


아직은
/김정연

 

 

해가 한껏 늘어진다. 길어진 낮을 따라 한 해의 반을 접어가는 유월. 일정을 다시 보며 지나온 시간과 남은 시간을 헤아리게 한다. 아직 '한겻'은 아니지만.

 

한겻은 '한나절의 반쯤 되는 동안'을 이르는 말로 하루 낮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여름 하루로 치면 햇발 엷어진 늦은 오후쯤? 그럴 때 둘러보면 세상의 음영이 완연 다르다. 버스에서 졸다 '눈을 뜬' 경우라면 더 낯설겠다. '어디쯤이죠?' 당혹스러운 두리번거림. 하지만 이 질문이 지상의 어느 곳이나 어느 때에만 나오는가. 우린 어디쯤 왔나 돌아보다가도 일상에 쫓겨 휙휙 지나치는 광속(光速)에 거주 중이다.

 

그래도 '주저 없이 내려' 걷는다면 '참 다행'의 작은 발견이다. '더 걸어야겠지' 나설 마음이 있고, 나서면 또 다른 길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한겻은 남아있는 시간 헤아리며 등을 세우는 때. '어둡지 않아 아직은' 뜨거운 태양과 함께 길게 걸어갈 여름 길을 다진다.//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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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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