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기도

시 두레 2017. 4. 2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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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기도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밤은 싱싱한 바다 

별을 삼킨 인어(人魚) 되어
깊은 어둠 속을 헤엄쳐 가면
뜨거운 불향기의 당신이 오십니다

고단한 여정(旅程)에
살갗마다 스며든 쓰라림을
향유(香油)로 씻어 내며 크게 하소서

안 보이는 밤에는  
더욱 잘 보이는 당신의 얼굴
눈멀어야 가까이 볼 수 있다면
눈멀게 하소서

너무 많이 사랑함도 죄일 수 있다면
죄인이게 하소서

죽음과 이별하고 
소리 없이 일어서는
밤은 눈이 큰 바다

순결한 나를 그 바다 위에
떠올리게 하소서

가느단 빛의 올을 꼬리에 하늘대며
수천의 새 아침을 쏟아내게 하소서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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