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말

시 두레 2017. 4. 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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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른 말

 

   오늘은 더 잘 거야,

   알바에서 잘렸거든

   노동을 기억하는 눈알은

   베개 밑에 숨겼다,

 

   난 자리마다

   걸어 나온 게으른 말.

   말의 눈 게으른 입

   늦은 날 다독인다

 

   배를 뒤집어 까고

   천천히 자라는 오후

   보세요!

   든 자리마다 홍화꽃이 피었어요./서상희

 

나무들만 봄 수사(修辭)를 빛내는가. 거리의 말들도 수사를 연일 높인다. 안 되는 게 없다는 선거철. 제발 덕분에 시급이나 오르길! 알바생과 계약직은 늘 간절하다. 아동수당에 기초연금도 올린다니, 갸웃대는 꽃구름을 말구름이 능가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잘린 알바생 '오늘은 더 잘 거야' 좀 뒹굴어본다. 하지만 '난 자리마다 걸어 나온 게으른 말'과 노는 것도 며칠뿐. 잔고가 금세 빌 테니. 그럼에도 '배를 뒤집어 까고 천천히 자라는 오후''보세요!' 외치는 소식은 받들 수 있어 다행이다. '든 자리마다' 피우는 홍화꽃 위안에 웃는 것도 쉬어가는 여유겠다.

아무려나 잘린 알바의 말놀이는 씁쓸하다. 그럴수록 눈 부릅떠야 하리.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 땅의 삶에 우리 모두 더 이상은 지치지 않도록.//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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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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