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花(송화)소나무 꽃 四月松花葉葉黃 (사월송화엽엽황) 사월이라 송화 피어 잎마다 노란 색깔 山風吹散一庭香 (산풍취산일정향) 산바람이 흩어버려 뜨락 가득 향기롭다. 傍人莫怪和新釀 (방인막괴화신양) 술에 섞어 담근다고 이웃들아 웃지 마라. 此是山翁却老方 (차시산옹각로방) 이게 바로 산 늙은이 노쇠 막는 처방이다.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1496~1568)은 명종 때의 저명한 시인이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음력 사월이면 온 산에 송홧가루 날리는 때 산바람이 송홧가루를 실어다 집 안팎을 노랗게 물들였다. 석천은 그 송화를 털고 거둬서 술을 담글 때 섞었다. 한가롭게 객쩍은 짓 한다며 남들이 비웃을 것도 같지만 무료함도 달랠 겸 송화를 섞어 술을 담갔다. 그 술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송화주(松花酒)다. 독특한 향이 있는 술이나 보릿고개 때 허기를 채우는 음식 구실도 했다. 남들에게는 술꾼의 가당찮은 변명으로 들려도 내게는 무병장수의 오묘한 처방이니 뭐라 하지 마라. 꽃가루 날리기 시작하니 곧 곳곳에서 송홧가루 펄펄 날리겠다.//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