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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 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여운 어느 피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 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 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폭이 찢기워도 떠나게 해 다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