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말이 부쩍 어지럽다. 칼을 숨긴 혀, 꿀을 바른 입술이 계산된 언어로 포장되어 웅성대며 떠다닌다. 무엇을 듣고 어떻게 가릴까?
"지금 사람들은 마음에 통쾌한 말을 하고, 마음에 시원한 일을 하느라 온통 마음의 가늠을 다 쏟아붓는다. 있는 대로 정을 다 쏟아부어 조금도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터럭 하나조차 남에게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성에 차야만 하고, 제 뜻대로 되어야만 한다. 옛 사람이 말했다. 말은 다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된다. 쑥대에 가득한 바람을 마다하지 말고, 언제나 몸 돌릴 여지는 남겨두어야 한다. 활은 너무 당기면 부러지고, 달은 가득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今人說快意話, 做快意事, 都用盡心機, 做到十分盡情, 一些不留餘地, 一毫不肯讓人, 方才燥脾, 方才如意. 昔人云: 話不可說盡, 事不可做盡, 莫撦滿篷風, 常留轉身地, 弓太滿則折, 月太滿則虧.)" 청나라 석성금(石成金·1660~?)이 '전가보(傳家寶)'에서 한 말이다.
당장에 상대를 말로 꺾어 기세를 올려도 그 말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온다. 끝장을 보자는 독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독단의 언어는 독이 될 뿐 득이 없다.
청나라 부산(傅山·1607~1684)은 '잡기(雜記)'에서 이렇게 썼다. '언어는 정말 통쾌한 뜻에 이르렀을 때 문득 끊어 능히 참아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 의기는 한창 피어오를 때 문득 가만히 눌러 거둘 수 있어야 한다. 분노와 욕망은 막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문득 시원스레 털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천하에 큰 용기가 있는 자가 아니고서는 능히 할 수 없는 일이다.(言語正到快意時, 便截然能忍默得; 意氣正到發揚時, 便龕然能收斂得; 忿怒嗜欲正到騰沸時, 便廓然能消化得. 非天下大勇者不能.)'
최고의 순간에 멈추기는 쉽지 않다. 절정에서 내려서기란 더 어렵다. 뜨거운 욕망의 도가니에서 훌쩍 뛰쳐나오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굴러 떨어지면 그 추락에 날개가 없다. 생각이 깊으면 그 말이 경솔하지 않다. 큰 싸움꾼은 가볍게 싸우지 않는다. 말의 품위와 격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