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햇살 옆은
내가 기다렸던 곳
추녀 끝 달빛 아래는
어머니가 기다렸던 곳
서 있는 높은 산이었던 곳
흐르는 긴 강이었던 곳 /신웅순
한 해의 첫 만월이라는 원융(圓融)의 힘일까. 정월 대보름달은 차고 맑은 게 더 상서로운 느낌이다. 달항아리를 어루만지듯 보고 또 봐도 좋은 대보름달. 거기 또 겹치는 그림은 정화수 떠놓고 빌던 어머니들의 젖은 손이다. 간절히 숙이는 이마를 따라 달빛도 한층 성스럽게 둘러서곤 했다.
비손에는 우물 같은 각별한 장소가 있었다. '내가 기다렸던 곳'이 '툇마루 햇살 옆'이라면 '추녀 끝'은 어머니의 장소로 남아 있듯. 게다가 '달빛 아래'이니 기다림의 그림자가 더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 날들의 기나긴 기다림이 '높은 산'도 되고 '긴 강'도 이루며 우리네 땅을 보듬고 나날을 이어가는 것이겠다.
모쪼록 이번 보름에도 달이 환하기를. 지상의 가로등쯤 다 꺼서 그 달빛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그 속에서 정결한 비손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보다 나라의 건강을 더 빌지 않을까들. 소망이 무엇이든 오롯이 이루어지기를!//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