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골똘한 생각에 잠겼다
힘껏 부딪치면
열릴지도 모르겠다
퇴적층이 없으니
세월을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오래 전에 귓속으로 들어간 나비가
반쯤 웃고 있다
부드러운 살갗이 있던 자리
귀를 대고 들어보니
바람도 애벌레처럼 웃고 있다
반쯤 눈을 감고 세상을 보면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 보일 텐데
돌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
정으로 쪼면 쫄수록 생각은 단단해진다 /정동철
단단한 돌이 여기에 있다. 하나의 생각에 정신을 쏟아서 딴생각이 없다. 간절하게 일념(一念)이 지속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가끔 은근하고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웃고 있다. 혼탁한 세상을 넌지시 보고도 있다. 세상의 고통을 보고선 깊은 고뇌에 빠져들어 있다. 마치 생각에 잠겨 있는 반가사유상처럼.
성급하고 거친 말을 물 퍼붓듯이 하지 말고 '깨진 악기처럼 침묵하라'고 '법구경'에선 이르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말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야 한다는 말씀이다. 자신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가을의 절기에 이 말씀은 산(山)보다 무겁게, 또 각별하게 여겨진다.//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