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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을 향하여
은행잎이 걸어간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은행잎이 야위어간다
유화에서 수채화로
제 갈 곳 아는 것들은
투명을 향해 간다
어머니 걸어가신다
검정에서 하양으로
어머니 날개 펴신다
소설에서 서정시로
먼 그 곳 가까울수록
어머니는 가볍다 /이옥진
단풍 참 잘 타네, 했는데 어느새 진다. 서둘러 물든 잎은 앞서 떠나게 마련. 산하의 색깔을 바꾸던 단풍도 '초록에서 노랑으로' 혹은 빨강으로 진다. '제 갈 곳 아는 것들'답게 '투명을 향해' 길을 뜨는 것이다. 그렇게 여위는 은행잎을 '유화에서 수채화로' 읽으니 색감에 채도며 명도 모두가 절묘하게 가슴을 친다.
사람도 그처럼 '검정에서 하양으로' 맑아져 간다. 투명한 가벼움이야말로 마지막에 이르는 모습이니 우리 생(生)도 '소설에서 서정시로' 가는 것. 줄이고 버리고 남길 것만 남아서 닿을 '먼 그 곳'. 턱없이 가벼워진 어머니를 안아본 사람은 가벼움의 아픈 무게를 안다. 가벼움을 얻기까지의 무거웠던 세월을….
강아지풀도 가볍게 몸을 말리는 때. 쓸데없이 무거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탐욕이 화를 부르고 더 큰 화로 폭발하는 때이므로.//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