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의 만월대계회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는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화원들의 명작 1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화원(畵員)' 특별전(내년 1월 29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아마도 도화서(圖畵署) 창설 이래 최대 잔치라 할 만한데 500년 역사 속에 등장한 화원 수백명 중 발군의 화가는 역시 단원 김홍도(1745~1806 무렵)였다. 이 전시회에는 단원의 32세 작 '군선도', 52세 작 '병진년화첩', 60세 작 '기노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개인 소장·사진)', 61세 작 '추성부도'가 모두 전시되어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기노세련계도'가 압권이다.
1804년, 개성에서는 송악산 아래에 있는 옛 고려궁터인 만월대에서 60세 이상 되는 노인들의 합동 잔치를 베풀면서 당대 최고 화가인 단원에게 이 뜻깊은 경로 행사를 그림으로 그려줄 것을 부탁하였다.
나이 60세의 노(老)단원은 원숙한 솜씨로 이 요구에 응했다. 화면을 상하 2단으로 나누어 잔치 마당에 친 흰 차일 위쪽은 송악산의 준수한 봉우리를 그려 넣고, 아래쪽은 흥겨운 잔치 마당을 능숙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산수화와 풍속화가 한 화폭 속에 절묘하게 구현되었다.
차일 안에는 초대받은 노인 64인이 둘러앉아 독상을 받고 있고 그 주위에는 구경꾼 173명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언덕바지 소나무 아래서 느긋이 구경하는 사람, 음식을 이고 나르는 아낙네, 노상 주점을 차려 놓은 주모, 이미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나무 지게를 내려놓고 황급히 구경 가는 초동, 동냥 손을 내민 거지…, 더없이 실감 나는 흥겨운 잔칫날이다.
그림이 완성된 뒤 화폭 아래에는 참석자 64명 명단을 기록하고, 위에는 홍의영이 이 잔치의 내력을 자세히 증언해 두었으며, 유한지는 이 그림을 '기노세련계도'라고 이름지었다. 단원 말년의 최대 명작인 '만월대계회도'는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유홍준 : 명지대 교수·미술사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