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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카'로 채운 위장, 변비 걸린 '도덕률'

 

"일본 식당 밥값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는 사람이 적잖다. 상급 식당의 4·5코스 점심 세트가 2000~3000, '일본산 소고기를 양껏 먹는다'는 고기 다베호다이(たべ放題)3500~4000엔이다. '목구멍에 찰 때까지 소고기를 먹고 싶다'는 꿈을 타국에서 실현한 동포들은 '육식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런 생각을 한다. "왜 한우는 그리 비싼 걸까" "한우 농가는 여전히 어렵다는데, 그건 대체 왜?"

 

'괜찮다' 평가받는 식당의 밥값은 이미 최선진국 수준이다. 높은 임차료, 인건비, 식재료비 등 원인은 여럿이다. 그럼에도 미국, 일본보다 때로 더 비싸다는 느낌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 식당 주인이 '법카(법인카드)'라는 힌트를 줬다. "엄카(엄마카드), 아카(아빠카드)보다 더 좋은 게 법카라는 얘기 몰라요?"

 

몰랐다. 알아보니 인터넷에 이런 얘기가 올라온다. "법카로 장어 포식, 법카의 위대함!" "한우 흡입. 법카 쓰는 남친 멋짐" "법카 찬스로 먹었으니 망정이지 내 돈 주고는 절대 안 온다". 비교적 젊은 직장인들이 쓴 내용이다.

 

어느 한우 식당 사장은 "우리 식당은 법카 사용자가 절반쯤인데, 비싼 집은 70~80%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족 외식하면서 법카 쓰는 건 '양반'이고, (감사에 대비) 평일 밤 9~10시에 선결제하고 그 돈으로 주말에 가족이나 동창 모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 식당의 1인당 객단가는 평균 5만원, 법카 고객은 8~10만원이다. 'VIP 접대 식당'으로 소문난 강남 고깃집은 1인분 7~10만원인데도 손님이 꽉꽉 찬다. "거기서 개카(개인카드) 쓰는 사람은 인터넷 보고 찾아온 뜨내기손님뿐"이라는 말도 있다.

 

식당뿐 아니다. '연말연시 선물'이란 이름이 붙으면 조기 10마리에 20만원, 쇠고기 2.5세트가 30만원이다. 여러 단계 유통 마진과 단체 선물 '낙점'에 적용되는 뒷돈이 붙은 까닭이다. 조기 선물 세트가 '먹을 것도 없이 신세만 진 느낌'을 주는 이유가 거기 있다.

 

'법카'를 잘못 쓰다 걸리면 바로 해고되는 미국 직장인들이 출장 중 가장 자주 찾은 식당은 스타벅스, 맥도널드, 서브웨이 순이고, 단가는 각각 9.5달러, 7.5달러, 14달러였다(2013년 마켓워치 보도). 우리나라에서 이걸 '법카'로 결제하면, 회계 담당자부터 핀잔을 줄 것이다. "쩨쩨하게."

 

"밥이나 한번" "소주나 한잔"이 있어야 돌아가는 한국 사회는 법인카드 소지자를 양산했고, 급기야 '셀프 접대' '도덕적 해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자기가 돈 내는 회사 근처 6000원짜리 김치찌개집에서는 "불친절하다" "반찬이 부족하다" 투덜대면서도, 강남 식당에서는 친구들 불러 수십만원 밥값을 호기롭게 결제한다. 물론 법카로.

 

', , 와인 리스트'로 무장한 고급 식당은 '법카' 손님에게 바가지 씌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게 결국 외식비 상승을 주도한다. 법카는 구경도 못 한 사람까지 피해를 입는 것이다.

 

기업도 온전한 피해자는 아니다. 막 쓰는 법카 대신 월급 몇만원이라도 올려주면 좋으련만, 이게 퇴직금, 4대보험 등에 연동되는 게 싫은 것이다. 법인카드 사용액은 '비용'으로 처리되니, '에라, 써라' 식이다. 그러다 때때로 열 받으면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따른 징계'를 운운한다.

 

지난해 약 60만곳 법인이 식당·주점에서 쓴 기업 접대비는 10조원에 육박하는 99685억원, 선물 구입비는 109800억원이었다. 이 중 '진짜 비즈니스'에는 얼마나 들어갔을까.

 

'김영란법'은 도덕 선진국으로 가려면 한 번은 써야 할 칼이다. 그 칼이 제대로 벼려졌는가는 논란거리지만, 분명 우리 사회 어떤 부분을 도려낼 것이다. 그중에 '법카 먹이사슬'도 있었으면 좋겠다./[출처]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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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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