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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Marlboro)에게

                한 모금 연기 속에 이름이 아파올 때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이라도

                말보로,

                내 곁에 있어

                다지우고 사라지게

 

                기울어진 어깨 너머 흩어지는 시간들과

                마음의 결빙 속을 흐르는 눈물이야

                말보로,

                빠른 속도로

                숨어들어 가지는 마

 

                망각의 항생제를 가끔씩 덧발라도

                새살이 돋지 않던 그 남자의 그 여자가

                말보로, 

                방백의 대사를 

                너를 위해 하잖아  /이두의

   말보로의 사연은 휴가철 후문이던 풋사랑들과 묘하게 어울린다. 사연의 진위와 상관없이 말보로 분위기와 휴가철의 일탈 같은 게 겹치기 때문이겠다. 그래선지 조금 가볍게 취한 말투가 오히려 센티멘털리즘의 담배 연기 모양 파고드는 맛을 지닌다. 벗어남과 어긋남의 경계를 타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이라도' 곁에 있어 달라면 누구나 끄덕일까. '마음의 결빙 속을 흐르는 눈물'이라면 한 개비의 연기쯤 같이 마셔줄 수 있을까. 그러나 '망각의 항생제'를 발라도 새살이 돋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안고 갈 수밖에 없겠다. 한때 자유와 반항 등의 날개를 달았던 흡연 이미지가 이제는 모자이크 처리 대상이라 방백이 더 길게 돌아 뵌다.//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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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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