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인 동시에 너와 나의 헤어짐입니다. 이별 없는 인생이 없고 이별이 없는 만남은 없습니다. 살아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오고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닙니다.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정든 가족, 정든 친구, 정든 고향, 정든 물건과 영원히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롭고 슬픈 일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것입니다. 죽음은 인간실존의 한계상황입니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고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상황이요 절대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죽음 앞에 서면 숙연해지고 진지해 집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언제고 떠날 준비를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언제 죽더라도 태연자약하게 죽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얼마나 중요한 일입니까?
언제 떠나더라도 조용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생사관을 확립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사는 인생이 아닙니다. 그리고 죽음은 예고 없이 그리고 예외 없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죽음의 차가운 손이 언제 나의 생명의 문을 두드릴지는 모릅니다. 그때는 사랑하는 나의 모든 것을 두고 혼자 떠나야 합니다. 인생에 대한 집착과 물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지상의 것에 대한 맹목적인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오늘이 어쩌면 나의 삶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보는 이 몸뚱이를 '나 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붇습니다. 예뻐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제발 죽지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이 들락거리고 노쇠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내 것인가? 자녀가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누구를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 하려는가?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어야 하는 짐수레와 같은 것. 옛날 성인께서 주신 정답이 생각납니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몸이나 생명이나 형체 있는 모든 것은 여몽환포 (如夢幻泡影)꿈같고 환상같고 물거품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은 것이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를 잘 관찰하여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 살면서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이자.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자.
언제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하자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자.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 종일 울겠습니다. 짜증 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 종일 얼굴 찌푸리겠습니다. 싸워서 모든일 잘 풀린다면 누구와도 미친 듯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덜어 논 그 그릇, 내가 조금 낮춰 논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보다 조금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됩니다.
이 세상에는 70억 명 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살아가지만 우리 인간들의 수 백억 배가 넘는 또 다른 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으므로 이 공간을 더럽힐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공간을 파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만생명이 함께 살아야 하는 공생(共生)의 공간이기에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으니 내 눈에 펼쳐지는 모든 현상이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좋은 글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