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불
쌈지공원 벤치에
길게 누운 누굴까
추락 탈선 화재 충돌…
아우성치는 신문을 덮고도
코나팔 불어가면서
쏴다니는
단잠세상은 어딜까
코나팔 곡조 맞춰
얼굴이불도 들썩거린다
옆자리 할머니들도
손 마스크 하며 웃고
유모차 내린 아기도
까치발로 걷는데
난데없는 우레 번개는
팡파르에 조명탄까지라
달려와 베갯머리부터
서둘러 정리한다
책이불 다 걷어내고
묶은 신문지 수북하게 /유안진
'얼굴이불'… 뭐든 얼굴을 덮으면 그게 얼굴이불이겠다. '아우성치는 신문을 덮고도/코나팔 불어가'며 잠든 저들은 누구의 가족일까. 무슨 이름 하나씩 붙여 가족을 자꾸 돌아보게 하는 오월이라 그런 모습도 더 밟힌다. 가족은 어디 두고 공원에서 안하무인 '단잠'에 들었을까.
'코나팔 곡조 맞춰' 들썩거리는 '얼굴이불'. 웃음을 깨물며 에둘러도 짠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상황을 정리하는 '난데없는 우레 번개'. 곧바로 '책이불 다 걷어내고' 보니 '묶은 신문지'만 '수북'하다. 그 '아우성' 신문지들이 다 우리의 얼굴이불이었던가. 또 다른 자화상만 같은 도처의 얼굴이불이 뜨끈하다. 후안무치(厚顔無恥)마다 씌우고 싶었건만….//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