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목 연분홍 바람소리 시간을 멈춰놓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뻐꾹새 풀어놓고 산그늘 앞섶 여미는 낙화암 위 노부부 /김진희 부부의 연으로 만난 이들에겐 해로(偕老)보다 큰 복이 없다고 한다. 해로에 이르기까지 인고도 적지 않겠지만 긴 동반 자체만도 더없는 축복이다. 공원에서 손잡고 산책하는 노부부를 마주칠 때마다 뒷모습을 자꾸 쳐다본다. 저 모습이 우리 부모님이라면…. 부모를 남보다 먼저 보낸 사람은 다 그런 부러움으로 오랜 배웅을 하리라. '연분홍 바람소리'가 곱게 물드는 어버이날 즈음이면 더 절절해지는 마음. '시간을 멈춰놓'을 수 있다면, 되뇌던 시간을 넘어 남은 이들은 또 주어진 일상을 살아낸다. 그런데 가끔은 뭔지 일깨워주려는 듯 뻐꾹새마저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울어쌓는다. 앞에 계실 때는 왜 저런 말 한마디를 못 했을까. 오늘따라 '산그늘/앞섶 여미는' 저 '낙화암 위/노부부'가 더 은근한 기품으로 빛난다. 둘이 하나 될 때까지 연리목이 헤쳐 왔을 비바람도 헤아려본다. '연분홍' 빛과 '바람소리'가 하나로 고이는 봄날, 세상의 부모들께 바치는 꽃도 물이 잘 들겠다. 사랑한다고, 곳곳이 새삼 환히 피어난다.// 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