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고희
기름을 덧바르면 자세를 잡는 관절들
세 발의 행진이 끝날 무렵
마취애서 개어나 몽롱한 얼굴로 활짝 웃는다
성원해 주신 걱정들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시련들에게
감사하다는,
무엇보다 믿고 따라 몸뚱이에게 고맙다는 멘트가
마이크에서 멈첫멈칫 흘러나온다
라이락 향기 사방에 피워 올리며 바람이 떠나고
밤들이 뜬눈으로 싸이고 쌓여 뼈마디를 내리 눌렀더라고
관절의 비결을 이야기한다
마당 가득 떨어진 한숨은 각선미를 유지하는 노하우였다
새하얗게 빛나는 왕관을 머리에 쓰고
여왕 봉 긴 지팡이 한 손에 들고
무대를 따라 서서히 이동한다
꽃밭 길을 걸어 느리게 느리게
미세스 고희의 자태를 뽐내며 한 가계의 족보를
망토처럼 늘어뜨리고 중앙으로 이동한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라 붉어진 얼굴
성형 후유증처럼 웃을 수 없는 표정 위로
물빛별이 흐른다
/김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