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金木犀
당신의 향기가 몇 골짜기를 건너와
내 가슴에 닿았을 땐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가 버린 뒤였어요
도회의 골목길 이리저리 헤매다 뒤늦게 찾아가니
당신은 거기 아직 우두커니 서 계셨지요
당신의 송송 뚫린 가슴 사이로
구름만 하얗게 언뜻거렸습니다
순간 금빛 향기가
고요를 머금고 하늘에서 땅으로 번지고
꽃 이파리 하나하나 모두
제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요
나는
신앙같이 큰 당신의 얼굴이 눈부셔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지요
이런 재회를 팔순 노부부가
노을처럼 앉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거긴 고향 집
뒤란이었지요
/백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