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수고'
베란다에 늘어둔 벌레 생긴 쌀 위에
오그라든 손가락으로 쓴 그대의 편지
그대가 내게 건넨 최초의 호명
그대가 내게 전한 최후의 인사
비장하고 아릿한 그 한 마디에
우리가 알처럼 들어앉았던 풀숲에서
산고양이가 울음으로 답했다
자연이 되어버린 편지의 행간으로
돌 틈에 핀 겨울 풀꽃처럼 돌아올까 그대도
쌀벌레 심장처럼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최명란
흰 쌀알들 위에 '당신 수고'라는 사랑의 편지가 놓여 있다. 이 짧은 서신은 설레게 하고 알알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사랑의 문장이요, 자연의 행간에 쓴 달큰한 문장이다. 그 글씨들 위로 겨울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을 것이다. '당신 수고'라고 써놓은 그런 부름과 마음에 건네는 선한 인사라면 모든 사이가 얼마나 정답고 반갑겠는가.
우리 모두는 쌀알들처럼, 풀숲처럼 모여 살고 있다. 그곳에 '당신 수고'라는 멋진 문장이 풀꽃처럼 피어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정이 담긴 문장은 따뜻한 손길과도 같다. 정이 담긴 문장은 맥박이 뛰게 한다.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