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비가 멎기를 기다려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
해를 보는 거예요
푸른 하늘이 얼마나 넓은가는
시로써 재며 사는 거예요
밤에 뜨는 별은
바다 깊이를 아는 가슴으로 헤는 거예요
젊어서 크던 희망이 줄어서
착실하게 작은 소망이 되는 것이
고이 늙는 법이에요 /김광섭(1905~1977)
누구나 소망을 품는다. 시인은 이 시에서 작은 바람을 몇 개 썼다. 비가 멎고 바람이 잦아들어 해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을 소망의 첫 목록에 올렸다. 푸른 하늘의 무한한 너비는 맘껏 상상하는 시(詩)의 언어를 빌려 계측하고, 밤에 높게 뜬 별은 해저(海底)를 이해하는 이의 마음으로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소망의 개수와 크기 또한 줄어들어 찬찬하고 실하고 작은 소망이나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소망의 내용이 허튼 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김광섭 시인은 시 '마음'에서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이라고 노래했다. 마음의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려면 헛된 욕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허욕은 끝내 모래처럼 흩어질 것이므로.// 문태준 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