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설선(薛瑄·1389~1464)의 '종정명언(從政名言)'은 중국에서보다 일본 막부에서 더 인기가 높아 여러 차례 출간된 책이다. 경험에서 우러난 위정자의 마음가짐을 적은 짧은 경구로 이루어져 있다.
"옥사를 다스리는 데는 네 가지 요체가 있다. 공정함과 자애로움, 명백함과 굳셈이 그것이다. 공정하면 치우치지 않고, 자애로우면 모질지가 않다. 명백하면 능히 환히 비출 수 있고, 굳세야만 단안할 수가 있다(治獄有四要 公慈明剛 公則不偏 慈則不刻 明則能照 剛則能斷)." 치옥의 네 요소로 꼽은 것이 공자명강(公慈明剛)이다. 법은 공정하되 자애롭게, 명백하되 굳세어 결단력 있게 집행해야 한다. 공정을 잃은 자애는 봐주기나 편들기가 되고 명백하지 않은 굳셈은 독선과 아집으로 흐른다. 잣대를 잃고 상황에 영합하면 공정한 법 집행은 물 건너간다.
"법이란 천리를 바탕으로 인정에 따르자는 것이니 이를 위해 법으로 막고 제도로 금한다. 마땅히 공평하고 정대한 마음으로 경중의 마땅함을 가누어야지 한때의 기쁨과 성냄에 따라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하면 공평함을 얻지 못하는 자가 많아진다(法者因天理順人情 而爲之防範禁制也 當以公平正大之心 制其輕重之宜 不可因一時之喜怒而立法 若然則 不得其平者多矣)." 특례법, 특별법이 많다는 것은 법 집행이 그만큼 공명정대하지 못했다는 증좌다.
"중(中)은 입법의 근본이요, 신(信)은 행법(行法)의 핵심이다(中者立法之本 信者行法之要)." "법을 만들었으면 반드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들어놓고 행하지 않으니 그저 있으나 마나 한 헛글이 되어 다만 아랫것들의 나쁜 짓을 부추기기에 족할 뿐이다(法立貴乎必行 立而不行 徒爲虛文 適足以啓下人之翫而已)." 지금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는 법을 천토(天討)라고 했다. "법이란 하늘이 내는 토벌이다. 공정함으로 지키고 어짊으로 행해야 한다(法者天討也 以公守之 以仁行之)." 입법의 공정성이 중요해도 사법의 바른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