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지인(易進之人)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니 선거철이 머지않았다. 위징(魏徵)은 정치에서 사람 쓰는 일의 요점을 이렇게 말했다. "벼슬길에 나아감을 쉽게 여기는 사람(易進之人)은 버리고, 얻기 어려운 재화는 천하게 여겨라. 다스림은 어진이를 나아가게 하고 부족한 자를 물러나게 하는 데 달렸다.(去易進之人, 賤難得之貨. 治係於進賢退不肖也.)" 저마다 자기가 적임자라 하고 자기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무엇으로 그 참과 거짓을 분별할까? 공직에 나아감을 우습게 알고 돈만 아는 사람부터 솎아내면 된다.
명나라 때 설선(薛瑄·1389~1464)은 자신의 오랜 관직 체험을 담아 쓴 '종정명언(從政名言)'을 지었다. 그는 당나라 때 시인 위응물(韋應物)의 다음 구절을 즐겨 외우곤 했다. "거처가 우뚝이 저리 높건만, 백성 편함 못 봄이 부끄럽구나.(自慙居處崇, 未覩斯民康)" 지위가 높아 관부의 큰 집에 사는데 그 책임에 걸맞은 다스림으로 백성의 활짝 편 얼굴을 볼 수가 없어 그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남이 자기를 헐뜯는 말을 듣고 성을 내면 자기를 칭찬하는 자가 이른다.(聞人毁己而怒, 則譽己者至矣.)" 비판을 비방으로 들으면 칭찬이 들리기 시작한다. 칭찬만 듣고 싶은가? 남의 비판에 버럭 성을 내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기는 무리들이 그 주변을 둘러싼다. 그걸 정말 제가 잘해 그런 줄 알면 나는 지금 잘못되어 가는 중이다. 책에는 이런 말도 보인다. "옛날에 벼슬길에 있던 사람은 사람을 길렀는데, 오늘날 벼슬에 종사하는 자는 제 몸뚱이만 기른다.(古之從仕者養人, 今之從仕者養己.)" 오늘의 출사표가 양인(養人)을 위함인지 양기(養己)의 속셈인지 잘 따져 보아야 한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앞서 위징의 말을 인용한 후 이렇게 적었다. '벼슬에 나아감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리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많다 해도 마침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이고, 벼슬에 나아가기를 쉽게 생각하는 자는 아무리 한때 좋은 계책을 낸다 해도 결국은 자기 몸만 이롭게 할 사람이다.' 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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