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에 살았던 문인 수산(睡山) 이우신(李友信·1762~1822)이 한양의 마포를 구경하였다. 농염한 시를 즐겨 썼던 수산은 당시에 크게 번화했던 마포를 보고 놀라워했다. 마포는 곳곳이 인파로 넘치고 온갖 물품이 쌓여 있다. 강변에는 멋진 누대가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흰 모래사장은 멋지게 펼쳐져 있다. 단청을 칠한 고급 주택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흘린 땀으로 비가 뿌릴 것만 같고, 지천으로 널린 술집에서 풍겨나는 술 냄새가 진동하여 무지개라도 뜰 것 같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이렇게 활력이 넘치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정조 말년 경제의 중심지 마포가 시인의 눈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