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무렵 호박넝쿨
내 푸른 가슴으로 깊이 품어 주겠어
떠도는 너의 섬을 쌈 싸듯 그러안고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절대, 안 놓을 거야
견디며 살아가면 길은 또 떠오를 터
거칠 것 전혀 없고 머뭇거릴 이유 없어
저 구름 말발굽소리
내 몸에 심을 거야 /송인영
더위가 정점을 향해 타오르는 초복을 지났다. 삼복(三伏)에 들면 진작 나온 '불볕'은 '가마솥'으로 온도를 확 올린다. 가마솥 한가운데서 끓여지는 느낌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준비를 시켜도 삼복더위에는 지치게 마련이니 입맛 돋우는 음식이 자주 오르내린다.
호박도 오랫동안 우리 밥상을 차려왔다. '호박' '호박꽃' 따위 홀대에도 묵묵히 제 노릇을 지켜온 것이다. 그쯤은 아랑곳하지 않은 자세가 나물이니 고명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늘려 온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늙으면 건강식의 더 귀한 몸이 되니 호박의 분수야말로 듬직하다.
바닥을 길망정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호박은 제 삶을 놓지 않는다. '푸른 가슴으로 깊이 품어' 길러내는 우리네 어머니들 같은 근기의 줄기 힘이겠다. 오늘도 허름한 어디선가 구름의 '말발굽소리'를 제 몸에 심고 있을 호박. 그녀들에게 박수를!//정수자 시조시인 /그림;이철원/조선일보